지하철 연풍

지하철 연풍

잠자리 0 481


 

매년 입시 철이 오면 생각 나는 일. 



처음엔 참으로 당황스럽고 후회되어서 목숨까지 끊으려고 하였던 일이 생각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란 묘한 것이어서 언제나 쓰러진 그 자리에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법.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고, 호소할 수 없는 일이어서 울기도 많이 했었고, 



뜬눈으로 지샌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독약을 앞에 놓고 망설이기도 했고, 유 



서는 몇 번이나 썼다가 찢어 버렸다. 운명이 나 자신에게만 너무나 가혹한 것 같았 



고,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외면한다고 생각하였다. 



매사에 겉으로는 강하다는 평을 받으면서도,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약해서 무너져 



버린 내 양심과 도덕심은 그 시절 나를 혹독하게 고문하였다. 지금은 편안한 마음 



으로 말 할 수 있지만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 일 



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또 달라진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한다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일에 대 



한 지나간 감상일 뿐이다. 뉘우치거나 후회해 본들 누구도 나를 도와 줄 수 없고, 



동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동정은커녕 나를 욕하고 손가락질 할 것이 분명한 



일일 것이다. 







지금으로 부터 꼭 사 년 전일이다. 



외아들 성철이가 대학 입시를 치루기 위해 면접 고사장으로 가던 날. 



남편은 성철이가 중 2 때 교통사고로 죽었다. 한창 사업을 일으켜서 밤낮 없이 



뛰던 남편은 과로가 겹쳐서 지방 출장을 갔다 오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명 



을 달리 하였다. 



너무나 충격이었다. 그때 내 나이, 서른 여섯. 남편과는 한 직장을 다니다가 연애 



를 하여서 결혼을 하였다. 남편은 내게 부족함이 없는 남자였다. 연애 시절부터 나 



를 공주처럼 떠받들었다. 한없이 정이 많고, 마음씨가 따뜻한 남자였다. 스물 두 살 



의 나이에 남편의 사랑에 감복하여 결혼을 하고 속도 위반으로 임신한 아들 성철이 



를 낳았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더 없이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이었다. 







남편은 키가 크고 인물이 호남형이었고, 매너가 너무 좋은 남자였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나 하나만을 사랑했다. 나도 남편의 그런 사랑에 맞추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던지 다 해 주었다. 섹스도 그가 원하는 체위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다 



해 주었다. 남편은 내가 그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해주면 아기같이 웃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섹스의 기쁨이 무엇인지 모를 때, 이미 나는 오르가즘을 알 



았다. 내가 오르가즘에 도달할 때까지 남편은 정성으로 나를 애무하고 기다려 주었 



다. 나도 밖에 나가면 미모로는 빠지지 않는 다는 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 



외출하면 탈렌트 부부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새삼 그런 칭찬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시절엔 그것이 서로를 아껴주는 끈이었다. 







그런 남편이 갑자기 죽었다는 것은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 인생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그런 슬픔이었다. 나도 같이 따라서 죽어야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들 성철이를 보면 그럴 수 없는 일이었다. 성철이는 남편의 복사판이라 할만큼 남편과 닮아 있었다. 단지 남편에게는 없는 쌍꺼풀이 있었다. 그래서 간혹 남편보고 성철이와 남편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하면서, "쌍꺼풀 남편과, 비쌍꺼풀 남편"이라고 놀린 적도 있었다. 남편은 그 시기에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혼자서 독립회사를 차렸다. 열심 



이 몸으로 뛰는 부지런함 덕에 남편의 회사는 그 흔한 부도 한 번 없이 착실하게 



발전을 하였다. 따라서 형편도 조금씩 나아져서 집도 큰 것으로 늘렸다. 그러나 남 



편은 적은 식구에 너무 큰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서른 여섯 평짜리 아파 



트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였다. 행복과 웃음이 아파 



트가 비좁도록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런 시간에 남편이 죽었으니 나의 슬픔은 말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나이 서른 



여섯에 과부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한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슬펐다. 그러나 아들 성철이를 보아서라도 그렇게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을 



닮은 또 하나의 남편을 위해서라도 나는 일어서야 하였다. 그래서 마음을 정리하고 



남편 회사를 맡았다. 남편도 형제가 없는 편이라서 겨우 한 분 계시는 시누이 남편 



이 그 동안 회사를 보아주었지만 남편만 하지는 못하였다. 나는 남편과 같은 직장 



에 다니던 기억으로 장부를 정리하고 거래선을 찾아 다녔다. 처음엔 거친 건설 현 



장에 여자의 몸으로 버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살기 위해 버텼 



다. 







다행히 남편은 건실한 회사 경영을 하여서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다. 처음 



엔 여자고, 과부라는 호기심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자존심의 상처도 받았지만, 묵묵 



히 참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사람들을 경영하는 비법을 터득했다. 남자처 



럼 작업복을 입고 거친 남자에게는 거칠게 부딪쳤고, 여자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 



는 곳은 여자로서의 장점을 이용했다. 그러나 남편이 너무나 내게 있어서는 큰 자 



리였기에 웬만한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세상 어디에도 죽은 남편 만한 



남자는 없었다. 그저 알량한 돈 몇 푼으로 여자의 환심이나 사려는 한심한 남자들 



뿐이었다. 그래서 난 내 몸을 지킬 수 있었다. 







내 몸을 지키는 것이 남편에 대한 도리이고, 성철이에 대해 부끄럽지 않을 것이 



라는 것을 알았다. 주위에서 재혼을 거론했지만 한 마디로 잘라 버렸다. 남편 외에 



는 그 누구에게도 정을 줄 수 없었다. 사는 것이 급박해서 그랬던지, 아니면 남편이 



내게 남기고 간 사랑이 너무 깊어서 그랬던지, 또 나이가 그랬던지, 남자에 대한 안 



타까움은 없었다. 정신없이 사업에 몰두하는 것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서 차라 



리 좋았다. 그래서 더 일을 열심히 하였다. 사업은 점점 회복하여 남편이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발전을 하였다. 자그마한 건물도 두어 채 사서 재산을 늘리고 성철이를 



뒷 바라지 하였다. 







성철이도 아버지가 돌아간 충격을 잊고 학업에 열중을 하였다. 집에서 나와 같이 



있으면 명랑하게 나를 위로해 줄줄 하는 철이 들었다. 하지만 밖엔 나가서는 입이 



무겁고 행동이 침착한 사내 아이였다. 그리고 공부도 잘 하여서 언제나 전교의 일 



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자랑스런 아들이었다. 그것이 나의 삶의 의미였고 보람이었 



다. 일하면서도 신이 났고, 남편의 죽음을 잊을 수 있었다. 남편은 비록 일찍 갔지 



만 나에게 다른 선물을 남겨 주고 간 셈이었다. 그래서 더욱 다른 남자를 거들떠 



보지 않게 되었다. 







그날은 그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 온 성철이가 대학입시를 보기 위해서 면접을 



보러가는 날이었다. 성철이는 예상대로 수능시험을 아주 잘 보아서 면접은 사실 형 



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이라서 긴장되었다. 그래서 혼자 가겠다 



는 것을 내가 동행한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나도 미장원에 가고 치장을 하였다. 아 



껴두고 잘 입지 않던 정장을 하고 나섰다. 



"엄마, 아직 처녀 같아" 



성철이가 거실에서 나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해져서 말했다 



"그러니? 고맙다. 이젠 나도 많이 늙었다" 



문득 내 나이가 사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한숨. 남편이 살았으면 이 날 



을 얼마나 좋아할까. 약간 목이 메었다. 



교복을 벗고 단정한 사복을 입은 성철은 어느새 청년같이 보였다. 원서는 법대에 



넣었다. 당연히 성철은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주위에서도 모두 



합격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하철 타고 가요" 



"왜" 



"오늘, 도로가 아주 막힐 것이라고 방송을 하던데요" 



성철의 말은 맞았다. 같은 날 일제히 면접을 보는 시간이라서 아침 교통 사정은 



말 할 수 없이 나빴다. 그래서 승용차를 놓아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지하철도 마찬가지였다. 별로 지하철을 이용할 기회가 없는 나에게는 엄청 



난 혼잡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서울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실 나는 지하철 표조차 제대로 살 수 없었다. 성철이가 표를 사오고 해서 겨우 



지하철로 내려 설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 차를 차를 타기만 하면 제 시간 안에 학 



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복잡하다" 



"늘 이래요" 



"이렇게 복잡한 것을 여태 타고 다녔니?" 



성철은 그 동안 절대 나에게 승용차를 태워 달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힘들어 할 



까봐 한 번도 통학의 불편을 말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아무런 문제도 없 



는 것으로 알고만 있었다. 새삼 그런 성철이 훌쩍 큰 어른으로 보였다. 



"그 동안, 네가 많은 고생을 했겠네" 



"뭐, 전부 그런 걸요. 뭐" 



성철은 대수롭잖게 말했다. 주위 사람들이 나와 성철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나는 



그런 시선이 자랑스러웠다. 틀림없이 성철이가 훤칠해서 보내는 부러운 눈길이었으 



니까. 







지하철이 멈추자 타려는 사람, 내리려는 사람으로 복새통을 이루었다. 그것은 또 



다른 삶의 현장이었다. 모두들 얼굴에 아무런 표정을 보이지 않고, 그저 목적지까지 



시간내에 도착하기 위해서 무서우리 만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약간 겁을 먹기조차 하였다. 건설현장 보다 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역이 지나칠수록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몸과 몸이 마주 붙어서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었다. 차가 흔들리면 몸도 따라 흔들 



렸다. 키가 크지 않은 나는 손잡이를 잡을 수 없어서 이리 저리 흔들렸다. 성철이가 



뒤에서 잡아주지 않았다면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될 뻔하였다. 







성철이가 내 뒤에서 내 몸을 안다시피하고 나를 지탱해 주었다. 두어 역을 지나 



가 전철 안은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였다. 점점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내 앞 



에 어느 후줄근한 남자가 서게 되었다. 간밤에 술을 마셨는지 숨을 쉴 때마다 역한 



술 찌꺼기 냄새가 코를 찔러서 인상을 찌푸리게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참을만 한 



일이었다. 그 사내는 한 오십이 넘어 보였는데, 그 사내의 바지 정면이 나의 아랫배 



에 접근하는 것은 더 참을 수 없었다. 그의 흉악한 악취보다는 그 느낌이 더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자존심의 상처까지 받는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내리고 



싶었지만 성철이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나는 히프를 뒤로 뺄 수밖에 없었다. 두 손은 핸드백과 성철이 서류를 잡 



고 있어서 어디다 짚을 곳도 없었고. 좌우에도 사람이 빼곡히 들어차서 숨쉬는 것 



조차도 어려웠다. 모두들 나의 곤혹스러움에는 아는체도 하지 않았다. 늘 그런일이 



일어나니 모두들 무심한 표정이었다. 낯모르는 사람들이 몸과 몸을 밀착한 채 흔들 



리고 있었다. 나도 그런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남자가 의도적인지 아 



니면 불가항력적인지 모를 힘으로 밀어 부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거참, 지하철 처음 타슈? 가만히 있습시다" 



내가 자꾸 몸을 흔들자 내 옆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잠깐 얼굴이 붉 



어졌다. 그래서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내 몸을 그 남자로부터 멀리 떨어지려는 노력 



을 하였다. 그것이 성공하여 어느 정도 그 남자와 거리를 두게 되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복잡한 차는 내게 그런 행운을 오래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을 떠 



낸 자리같이 그 틈은 어느새 다시 메꾸어졌다. 나는 그저 내 몸만 뒤로 빼낼 뿐 이 



었다. 







너무 뒤로 많이 뺐는지 내 엉덩이가 성철이 바지 바로 앞에 붙어버렸다. 타이트 



하게 보이는 정장은 히프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였는데, 그것이 성철이 바지 



앞에 밀착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그 남자의 앞부분과 마주치는 것보단 



마음이 편했다. 내가 뒤로 몸을 밀자 성철이는 내 의도를 알았던지 내 몸을 당겨서 



편하게 받쳐 주었다. 늘 아이 같던 성철이의 몸이 탄탄한 것이 청년이라는 느낌을 



진하게 받았다. 처음에는 그저 그 남자의 앞 부분을 피해 뒤로 민 것이 성철의 바 



로 앞이라는 것을 안 것은 전철이 더욱 복잡해진 다음이었다. 







앞의 남자 바지 앞이 닿일락 말락 할 정도로 떨어질 거리에 있자, 내 히프는 성 



철의 바로 바지 앞에 위치했다. 성철은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지만 남 여의 하 



체는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자리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히프의 두 틈 사이에 



성철의 성기가 위치한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들의 몸이라 거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에 선 남자의 몸을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하지만 차가 점점 더 복잡해지자 사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내 몸이 이리저리 흔 



들리면서 본의 아니게 성철의 성기를 자극하게 된 것이었다. 나도 그것을 알아차리 



고는 조금 몸을 움직여서 피해보려고 하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자극을 준 꼴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성철의 성기 감촉만 느꼈는데 점점 그것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성철이도 그것이 거북한지 몸을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가만히 있기로 하였다. 하지만 차가 움직 



이고 사람이 밀리면서 어쩔 수 없는 자극이 전달되었다. 







내 느낌으로는 성철이의 성기가 한껏 부풀었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성기는 바로 



내 히프 두 쪽의 한 가운데를 겨냥하여 일어서 있었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미세하 



게 내 음부에 성철의 성기가 전해주는 움직임이 전해졌다. 옷을 벗었다면 성철의 



성기 끝이 내 음부의 바로 입구에 닿을 위치였다. 얇은 팬티 위로 전해지는 그 느 



낌이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가슴을 뛰게 했다. 잠시 잊 



었던 남편과의 섹스가 되살아났다. 







한창 연애한다고 뜨겁던 시절에 남편과 시내버스 속에서 은근한 애무를 하던 생 



각이 났다. 어떤 때는 용감하게 치마 밑으로 손을 넣기도 했던 남편이었다. 그녀가 



변태라고 쏘아주면 남편은 빙긋이 웃으면서 "사랑해"하고 귀에 속삭였다. 그러는 그 



가 나는 싫이 않았다. 아니 나도 그것을 즐겼었다. 







그런 기억과 함께 갑자기 그 동안 잠자고 있었던 내 욕망이 살아났다. 그것은 나 



와 관계없고 내게서는 없어진 것으로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전에 느 



끼지 못했던 강열함으로 내게 다가 왔다. 나는 내 팬티가 젖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무슨 꼴이람. 지하철 속에서 아들의 성기를 느끼고 젖다니... 그것도 아들이 중 



요한 시험을 치는 시간을 앞두고" 



이렇게 나 자신을 질책했지만, 한편으로는 강열하게 치솟는 욕정을 억제할 수 없 



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 사람이란, 더구나 여자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내색없이 그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아니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 옳은 말이었 



다. 잠시 동안의 우연한 접촉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아들 성철이의 성기를 느끼고 



성적 흥분을 맛보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당장은 아무 일없이 지나갔다. 차에서 내리자 우리 모자는 바쁘게 학 



교로 들어가고 나는 교문에 엿을 붙이며 다른 엄마들처럼 성철이의 합격을 빌었다. 



성철이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수험장에 들어갔다. 그냥 그 정도였으면 나는 



지금쯤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아니 겉으론 평온하고 속으로 불행한 여 



자로 남았을 지 모른다. 







성철이가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발표를 기다리는 날이 되었다. 초조하게 신문과 



티비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밥 안 먹을래?" 



시험이 끝난 후 그 동안 밀렸던 잠을 자느라고 성철이는 제방에서 온 종일 잠만 



자고 있었다. 들여다보니 침대 위에 사지를 뻗치고 잠이 들어 있었다. 트렁크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엎드려 있었다. 다리가 길고 곧게 뻗어 있었다. 공부만 하다고 약 



한 줄 알았는데 다리가 튼실하니 굵었다. 특히 허벅지에 거뭇하게 돋아난 체모는 



남자다운 맛이 들어 있어 보였다. 그 동안 자주 방을 들여다보았지만 그렇게 많은 



알몸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지하철 속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졌다. 



"망측한 생각 다 하네" 



하지만 그날 이후 밤마다 남편과의 섹스 꿈을 꾸었다. 안타까움에 몸부림치다가 



눈을 뜨면 꿈이었다. 갑자기 남자 생각이 났다. 한번씩 피어오르는 불길처럼 그 생 



각은 내 몸을 뜨겁게 하곤 지나갔다. 참을 수 없을 때는 나도 모르게 손이 내 음부 



로 들어갔다. 클리토리스를 만지면서 다리를 힘차게 꼬았다. 미진한 자극이 왔다. 



그러나 그것은 갈증난 사람이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더 갈증을 부채질하였다. 나중 



에는 내 손가락을 질에 넣고 움직여서 그 갈증을 조금 풀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완 



전치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날은 잠들기 전에 한 번, 새벽에 한 번 하기도 하였다. 정말 무섭게 피어오 



르는 욕정이었다. 남편이 길을 터놓은 내 몸은 섹스의 쾌감과 절정을 잘 알고 있었 



기에 나로서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모르면 그냥 넘어 갈 수 있었지만, 이미 아 



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그런 환상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밥이나 먹고 자" 



성철이를 흔들자 성철이는 귀찮다는 시늉을 하면서 돌아누웠다. 



"나중에 먹을 께요. 피곤해요. 어제 늦게까지..." 



책상 위를 보니 두툼한 소설책이 펼쳐진 채 놓여있었다. 



"아직, 책을 보니?" 



나는 대견한 음색으로 성철이를 내려다보았다. 잠든 모습이 남편과 너무 닮아 있 



었다. 그런데 헐렁한 팬티 가운데가 불룩 솟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깜짝 놀랐 



다. 얼른 고개를 돌렸으나 어느새 내 눈은 성철의 그곳에 머물렀다. 잠시 지켜보았 



다. 비록 그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훌륭한 남자의 것이었다. 이불을 찾아 덮어 주 



려고 침대 아래로 떨어진 이불을 잡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러면서 내 눈은 그곳 



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허벅다리 위로 벌어진 팬티 틈새로 보이는 그것을 보 



려고 하였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생각대로 훌륭한 성기가 엿보였다. 아직은 하얀 피부를 하고 있는 성기였다. 전체 



는 다 보이지 않았지만 무서운 힘으로 하늘을 향해 팬티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갑 



자기 온 몸에서 진땀이 흐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얼른 그 



방을 나왔다. 가슴은 쉴새없이 뛰고 있었다. 내 방에 와서도 난 어쩔 줄을 몰라 하 



였다. 보지 말아야할 것을 본 죄인처럼 나는 안절부절하였다. 



"어머. 내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아들을 보고 이 무슨 망신이람" 



나 자신을 향해 독한 질책의 말을 수도 없이 날렸지만, 그것은 부러진 화살처럼 



위력이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일은 생기지 않았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내 안에서만 타오르는 



불길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느새 집에 들어오면 조금씩 야한 옷을 입기 시작했 



다. 시들어 가는 피부에 탄력도 주고, 헐렁한 옷 대신 타이트한 몸매가 드러나는 옷 



으로 나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훌륭한 수컷을 만난 암컷의 본능적인 교태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했다. 차마 내가 먼저 시도할 수 없어서 그 



에게 어떤 행동을 일으키게 하려는 술책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심의 전부는 아니 



었다. 단지 성철이를 향한 것이 아니고, 나 자신 속에 숨어있는 욕망을 표현하기 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성철이는 안개를 본듯이 내 몸에 촛점이 맞추어지지 않았다. 







그의 눈길이 내 드러난 피부위로 지나간다고 느끼는 순간은 마치 남편이 살아서 



내 피부를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밖에서 남자를 구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지켜온 내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깨어지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 



문이다. 그리고 이미 내 마음은 되살아난 남편 같은 성철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기 



고 있었다. 남편과의 사랑은 남편이 내게 준 것이라면, 성철과의 그것은 내가 남자 



에게 던지는 불길이었다. 하지만 성철은 그저 무심하게 나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때 



로는 야속하기조차 하였다. 







"네? 정말이에요?"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주었다. 성철이의 합격을 알리는 전화였다. 당연 



한 일인 것 같았는데 뛸 듯이 기뻤다. 



"얘, 성철아. 너 합격했단다" 



나는 기뻐서 온 집안이 울리도록 고함을 쳤다.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자랑스러운 



한 순간이었다. 거실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보고 속으로 말했다. 



"여보, 난 내 할 일을 다했어요. 당신이 그렇게 가버린 뒤에, 난 정말 힘들었어요. 



이젠 내 마음대로 해도 되죠?"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갑자기 전화통이 불이 났다. 친구와 친척들로부터 잇달아 합격을 축하하는 전화 



와 확인하는 전화가 줄을 이었다. 



"그래, 한 턱 내지 뭐, 그래 너가 알아서 장소 잡아. 언제? 오늘 저녁 당장해도 되" 



여 동생 순임이가 제 일같이 기뻐하면서 난리를 피웠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 주었다. 사실 말이 서울대학교 법대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침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몰랐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시간이 지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난 차림 그대로였다. 반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아래로 브래지어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가 없 



는 생활이라 오히려 그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둘러보니 막상 축하 받아야 



할 성철이가 곁에 없었다. 



"얘, 넌 합격했다는데 뭐 하니?" 



나는 너무 좋아서 내 옷차림을 의식하지 않은 채 성철의 방에 뛰어 들었다. 



"너 알아? 합격한 것" 



성철은 침대에 누워서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 엄마 전화 들었어요. 뭐 하니 빨리 일어나서 세수하고 합격증 받으러 가야지. 



등록금도 내고" 



"천천히 해도 되요" 



"얘는, 제 아빠를 닮아서, 능청스럽긴" 



남편이 살았어도 그런 극적인 일에서는 침착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더욱 좋 



았었다. 



"어머니 그 동안 수고하셨어요" 



성철이는 누운 채 몸을 움직이며 인사를 하였다. 



"내가 뭐 한 것이 있니. 너가 열심히 한 탓이지. 아이구 기특한 내 아들. 주판사님 



한 번 안아보자" 



난 정말 성철이가 곧 판사가 된 것같이 생각되었다. 얼마나 기쁜 일이었는지 몰 



랐다. 남편이 죽고난 뒤, 내게 찾아온 최대의 경사였다. 







나는 누워 있는 성철이를 향해 온 몸을 던졌다. 침대가 내 체중을 받아서 울렁거 



렸다. 나는 기쁨에 겨워서 성철이 목을 껴안았다. 성철이는 맨 살을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정말 기쁨에 겨운 나머지 나는 성철이의 상태도 알아보지 않고 그를 안고 



뒹굴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쁨이었으니까. 물론 그 때는 성욕이니 하는 것은 전 



혀 들어 있지 않았다. 성철의 목을 안고 보니 눈물이 왈칵 났다. 남편이 죽었을 때, 



같이 따라 죽지 않은 것은 순전히 성철이의 오늘 같은 날을 기대해서였다. 이제 그 



목적을 이루었으니 더 무엇을 바랄까하는 마음과, 무엇인가 해냈다는 그런 마음에 



서 저절로 솟아나는 눈물이었다. 







성철이도 따라서 눈물이 나는지 슬며시 훌쩍였다. 갑자기 남편 생각이 났다. 이럴 



때 등을 두드려주며 안아줄 남자, 남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였다. 그때 성철 



이 나의 등을 감싸며 안아 주었다. 



"엄마. 그 동안 너무 고생많았어요. 이젠 제가..." 



"뭘, 너가 더 고생했지. 공부는 이제 부터지 뭘" 



나는 좀더 어른답게 말하였다. 하지만 북받치는 감동은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럴 



때 왜 갑자기 섹스 생각이 났을까. 참 이상한 일이었다. 서로 기뻐서 얼싸안고 움직 



이는 사이에 성철의 팬티 속으로부터 솟아오른 성기를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 



랜만에 안겨본 넓은 남자 품이라서 그런 것일까. 마주보고 누워서 서로 대화를 나 



누다가 다시 껴안다가 하는 사이에 헐렁한 나의 티셔츠가 말려 올라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성철의 손이 나의 유방을 잡았을 때 난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싫거나 놀라지 않 



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어릴 때 젖을 물리던 이후로는 나의 젖을 만지지 않았었다. 



남편이 죽고난 이후에는 어느 남자도 내 젖을 만지지 않았었다. 







갑자기 찌릿한 전기 같은 것이 흘렀다. 너무 좋아서 나는 가슴을 활짝 열어서 성 



철이에게 내 주었다. 아직 탄력을 잃지 않은 내 유방은 성철이가 잡기에 좋았다. 성 



철이는 내 유방을 잡고 만지다가 입에 넣었다. 쫄쫄 빠는 입모습이 남편과 너무 닮 



아 있었다. 나는 그의 등을 두드렸다. 내가 줄 수 있는 합격의 선물이 그것이라면 



얼마던지 줄 수 있었다. 그보다 더 한 것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욱 성철이 몸에 접근했을 것이다. 한동안 내 유방을 만지작거리는 성철이의 애무 



아닌 애무에 내 몸은 이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팬티가 젖기 시작한 것이었다. 







갑자기 성철이의 성기를 만지고 싶었다. 홀로 된 지 사 년만에 처음 만져보는 남 



자의 성기. 서슴없이 손을 성철의 팬티 속으로 밀어 넣었다. 성철이 깜짝 놀랐다. 



"어이구, 이젠 어른이 다 됐구나" 



성철이 어색해하는 것을 잠재우려고 나는 한 마디 하였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말이었다. 엄청난 뜨거움이었다. 아직은 가늘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졌지 



만 한 남자로서의 역활은 충분할 것 같은 굳셈이었다. 두 손으로 그의 성기를 꽉 



쥐었다. 성철이는 더욱 놀라워하였지만 몸을 빼거나 하지는 않았다. 잠시 그렇게 우 



리는 서로의 몸을 애무했다. 아니 애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결과가 그 



렇게 되어 버렸다. 성철이가 나의 유방을 만지고 내가 그의 성기를 만지는 것을 다 



른 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섹스의 애무였다. 







흥분은 갑자기 찾아 왔다. 내가 그의 성기를 잡고 남편이라는 착각을 하였을 때 



나의 몸은 이미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성철의 손이 내 반바지 지퍼를 내리고 팬 



티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머, 이건 아냐. 여기까진 안 되. 이것은 다른 일이야" 



이런 외침을 속으로 했지만 말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보다 빨리 성철 



의 손이 이미 내 음모를 젖히고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과 내 몸 안의 뜨거움을 잠재우기 위해 더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갈등 



을 빚었다. 



"이 이상은 위험해. 이젠 일어서야 해" 



내면에서 외침이 강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더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가 



는 기분이었다. 끌려간다 기보다는 내 스스로 찾아 들어가는 몸짓이었다. 







그런 애무 끝에 우리가 알몸이 된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서로 장애물이 없 



는 두 사람은 스스로 원하는 듯이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어설픈 몸짓으로 그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순간적인 일이었다. 남 여가 한 몸이 되는 데는 그리 어 



려운 일도 없었고, 절차도 복잡하지 않았다. 서로 원하는 마음만 있으면 어느 누구 



나 결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인체였다. 



그것이 모자간이던, 부녀간이던, 남매간이던, 아니면 불륜의 사이던 간에 성기 그 



자체는 서로 결합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단지 그런 금기 사항에 눈치를 보 



고 있을 뿐이지 할 수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전에는 아들을 남자 



로 보지 않았다.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속으로 "미친 것들"하고 코웃음을 



쳤었다. 아니 짐승만도 못하다고 욕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당하고 보니 그것이 아 



니었다. 섹스의 열망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합은 순간적으 



로 이루어졌지만 욕정은 오래 전부터 끓어 왔다. 







그의 성기가 몸 안으로 들어온 것만으로도 짜릿한 일이었지만, 사실 그 순간 가 



슴 한 쪽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기어코 일어나고야 말았다 



는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쾌감을 찾아서 그의 몸짓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단지 열망에 눈이 멀어서 그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차마 섹스의 오르가즘 



을  한 몸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를 밀어내면 그가 더 힘들어 할까봐 가만히 있 



었다. 성철은 조급히 움직였다. 내 위에서 몇 번 몸 구름을 하고 난 뒤에 금방 무엇 



인가를 내 몸 속에 쏟아내고 있었다. 동정이었다. 사내가 남자로 되는 첫 과정은 모 



두 그렇게 맥없이 끝난다. 남편도 처음 순간에는 그랬다. 



흥분이 지나가자 성철이 옆으로 내려 누웠다. 



나는 참으로 할 말이 없었다. 아들의 합격 축하 선물이라기엔 너무나 엄청난 일 



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리다가 꺼졌다. 우리는 가만히 몸을 맞대고 누 



워있었다. 그러나 일어나야 했다. 곧 누가 올지도 몰랐으니까. 



"우리 아무 말하지 말고, 비밀로 하자" 



나는 조용히 말하고 그의 방을 빠져 나왔다. 







내 방에 들어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없이 울었다. 스스로 몸을 지키지 못하였 



다는 후회감과 아들의 장래를 망쳤다는 자괴감이었다. 못난 엄마라고 자책을 하였 



다. 죽고 싶었다. 부끄러워서 감히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아들과 몸을 섞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일인지도 



몰랐다. 마냥 울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목욕하고 미장원 갔다 올께" 



음성을 가다듬어 성철이 방문에 말했다. 그래야만 아이가 상처를 덜 받을 것이었 



다. 밖에 나가니 모두가 축하인사를 하는데, 뒤 돌아서서는 날 손가락질 하는 것 같 



았다. 



"어유, 저 제 아들하고 붙어먹은 년" 



서둘러 목욕을 마치고 미장원을 들러서 점심 예약을 해둔 식당으로 갔다. 물론 



성철이도 나왔다. 가능한한 그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였다. 합격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을 때 순임이가 웃어보라고 채근을 하였다. 그러나 쉽게 웃을 수는 



없었다. 



"오늘 따라 사장님의 모습이 더 위대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회사 전무의 칭찬이었다. 



"회사 일 보랴, 혼자서 어떻게 이렇게 아들을 잘 키우셨어요?" 



모두들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였다. 



"이젠, 사장님도 고생 끝, 행복 시작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다시 고통의 시작이었다. 한 동안은 성철의 합격 축하로 인해 



서 사람들이 드나드는 통에 그와의 일을 잊을 수 있었다. 잊었다 기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두려웠다. 친척들이 자고 가면 반가웠다. 



혼자 있으면 스스로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회사에서 유서를 만들기도 여 



러 번이었다.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번만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한 달이 흘러가게 되었다. 소란스런 축하 분위기 



도 잠잠해 지고 차분하게 앞날을 생각하게 되었다. 성철이와 따로 떨어져 사는 것 



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큰 고통이었다. 남들이 더욱 이상하게 볼 것 



같았다. 성철이도 더욱 침묵을 만들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도 마시고 늦게 들어오 



기도 하였다. 남자다운 호탕함이 점점 붙어갔다. 한 편으론 그러는 그가 믿음직하기 



도 하였다. 



시간이란 것이 참 묘해서 모든 지나간 것이 잊혀질 무렵에는 상처가 아물어 버린 



다. 아문 상처가 다시 벌어지면 더 큰 고통이지만 일단 잘 아문 상처에서는 보석이 



피어난다. 나도 성철이가 그렇게 잠잠해지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나보다는 성 



철이가 더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그는 잘 이겨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믿음 



직스럽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내 몸은 간간이 



뜨거워졌음으로. 참 더러운 육욕이라 생각하였다. 







거의 한 달이 지나가 버렸다. 엄청난 일이 우리 사이에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러 



울 만큼 일상을 유지하였다. 나 자신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평시처럼 일을 보고 



퇴근을 하고 간간이 한숨을 쉬는 정도였다. 한 동안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다가 



언제부턴가는 잠그지 않았다. 굳이 한 집안에 같이 살면서 방문을 새삼 잠근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치 그 일의 책임을 전적으로 성철이에게 떠넘 



기는 것 같아서 미안한 일이기도 하였다. 그날도 성철은 늦게 들어왔다. 가벼운 휘 



파람을 불면서 세면을 마치고 제 방으로 들어가는 기척을 느꼈다. 늘 그렇듯이 안 



도감과 함께 서운함이었다. 갑자기 남편과의 섹스 생각이 났다. 남편은 언제나 기분 



을 알아서 자신이 좀 가라앉아 있으면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였다. 그날은 유난히 



남편의 그 손짓, 몸짓이 그리웠다. 







잠이 살짝 들려는 순간. 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그 시 



간 나의 방에 들어 올 사람이라고는 오로지 한 사람. 성철이 밖에 없었다. 소리를 



질러서 나가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어서 오라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해야 하나를 



망설였다. 아니 망설였다 기보다는 그저 잠든 체하며 가만히 누워 있었다. 어둠 속 



에서 나는 눈을 뜨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어둠에 눈이 보이지 않는지 가만히 서 



있었다. 서로 보이지 않는 눈빛을 교환했다. 그 짧은 순간 왜 그리 많은 생각이 나 



던지. 



"성철아, 그냥 네 방으로 돌아 가. 이것은 너를 다치는 일이야" 



"그래, 나도 많이 기다렸어. 나도 별 수 없는 여자야. 혼자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이러면 우린 더 힘들게 되"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수녀도 비구니도 아니니, 나도 살아있는 여자일 뿐이야" 



내 마음은 정의와 욕망이 교차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달콤한 유혹의 뒤 안에는 욕망의 불꽃이 강한 법이다. 그가 내 침대 곁으로 다가오 



자 난 눈을 감아 버렸다. 굳이 저항하거나 달래면 그에게 질 바도 아니었다. 







성철이 내 곁에 몸을 뉘었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켄조. 남편이 즐겨 쓰던 스킨 



이다. 갑자기 욕망이 솟아올랐다. 재결합은 더 쉬웠다. 우리는 그렇게 점점 친숙해 



져갔다. 그가 완전히 섹스를 알 때까지는 사실 나는 그에게서 성적 쾌감을 받을 수 



없었다. 아직 그의 암컷이 되기에는 양심이 저항하였다. 하지만 은밀하게 횟수를 거 



듭할 수록 우리는 더욱 익숙해져 갔다. 호기심은 서로에게 기쁨을 주기 위한 테크 



닉을 연마해 가고 우리는 조금씩 열락에 빠져 들어갔다. 나도 그와 하는 섹스가 근 



친상간이니, 불륜이니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 갔다. 그에 비례해서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갔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에게서 남편이 주던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 



다. 







일상처럼 편안한 우리는 언제나 눈빛만 마주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동 



안 두 번 임신을 하였다. 당황하였지만 수술을 받았다. 그는 대학 3 학년이 되자 군 



대를 자원했다. 그는 나와의 섹스를 일상과 연결하지 않았다. 연애도 곧잘 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그가 내 곁을 떠나가겠지만 나는 그를 잊을 수 없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엇인가 내 마음을 잡을 것이 필요했다. 그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 



다. 세 번째 임신이 되었다. 사 개월 째까지는 아무런 표시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 기간이 문제였다. 



잔주름 수술과 건강진단을 위해서 미국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마침 성철이도 군 



에 입대한 직후였다. 회사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갔다. 거기서 아무 



도 모르게 아이를 낳았다. 이젠 그가 떠나도 또 다른 그를 내가 가지고 있는 셈이 



었다. 



아이가 육 개월쯤 자라자, 여행이 가능했다. 몰래 귀국을 해서 잠시 영아원에 맡 



겼다. 못내 아이가 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 아기 하나 입양하고 싶은데" 



성철이 첫 휴가를 나온 날 그렇게 말했다. 



"아기?" 



"너도 이제 집을 나가고, 또 시험 통과하면 어느 곳으로 근무 나갈 지 모르고. 나 



혼자서는 이 집에서 견디기 어렵잖니" 



"마음대로 하세요. 그러지 말구, 하나 낳지 그러세요" 



"농담도. 에미보고 못 하는 말이 없네" 



"어? 엄마라구요?" 



"그럼 엄마잖구" 



"그래요? 난 내 와이픈줄 알았는데" 



"호호. 너가 오이디푸스왕이냐?" 



"그럼 안 되죠. 내가 오이디푸스면 눈을 찔러야하고, 딸이 있어야 하는데" 



"말은 잘도 한다" 



"농담이지요" 



"우리가 이렇게 한 것이... 잘 한 일인지 몰라" 



"분명, 잘 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날 지하철만 안탔어 



도..." 



"오, 그때 너도 느꼈었구나" 



"감정이란 마찬가지죠" 



"하여튼, 난 너로 인해서 힘든 시간을 잘 넘겼어. 그래서 후회는 없어" 



"다행이에요" 







그로부터 한 달 있다가 아이를 데려왔다. 남편의 손자이자 아들이며 그리고 성철 



에게는 동생이자 아들이기도 한 묘한 녀석이었다. 



"얘, 우리 아이 맞죠?" 



휴가를 나온 성철이 한 눈에 알아보았다. 



"핏줄이라 알아 보는가봐" 



"그럼. 우리를 꼭 닮았는데" 



"이쁘지?" 



"응, 내가 아빠라 생각하니 아주 이상해" 



"쉿, 남이 들을라 그런 소리 마" 



"알았어요. 엄마나 조심해요" 



명섭은 유치원에 갔다. 노란 옷을 입고 손을 흔들며 차를 타고 떠나갔다. 나는 베 



란다에 앉아서 아이가 사라진 대문을 보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대학 수능시험 발표를 하였다. 갑자기 그날 일이 떠올랐다. 



대학이란 것이 한 사람의 앞날을 결정한다. 우리도 그랬다. 그 대학 입학 시험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잘 된 것인지, 못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로 



서는 후회가 없다. 엄마로서의 위치는 상실했지만, 한 여자로서의 삶에는 아무런 미 



련이 없다. 



성철이는 아무런 장애도 없이 지금은 결혼을 하여서 지방 법원에 근무하고 있다. 



가끔 서울 들르는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온다. 물론 지나간 날처럼 화려한 정사는 



아니지만 서로 마음에 드는 섹스는 즐긴다. 누가 우리를 의심하겠는가. 그저 사이 



좋은 모자지간으로 알뿐이지. 가끔은 며느리가 질투 나기도 하지만 밉지는 않다. 그 



며느리도 후일 어떨지는 모를 일 아니겠는가. 







섹스는 누구와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서로 감정을 거 



스르지 않고 적절하게 즐기면 그것은 순전히 당사자들의 일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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